‘산(山)’과 ‘책(册)’이 어우러져 쉼을 얻는 곳
설악문화재단 운영…북카페·음악카페 운영
세미나실·합주실·클래식음악실 무료 대관
지난 7일, 속초시 노학동의 조용한 마을에 근사한 외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설악산책’을 찾았다. 연휴가 지난 설악산책 내의 북카페는 한결 잠잠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방문객들은 공간 곳곳에 놓인 소파에 앉아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며, 혼자 온 사람이 대다수였다. 어떤 이는 찬찬히 신간 도서를 훑어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잠시 책을 엎은 채 넓은 창밖으로 여름이 녹아든 설악산자락을 멀리 내다보기도 했다. 일상을 벗어나 혼자만의 쉼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설악산책은 보물 같은 곳이다.
‘설악산책’은 ㈜설악케이블카의 법인 설악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2012년 9월에 개관했다. 기업의 이익을 지역사회에 문화로 보답한다는 취지로, 누구나 마음껏 문화예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목표이다.
설악문화재단 이재희 주임은 “설립 당시 ‘설악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했지만 ‘문화센터’의 이미지가 시민들에게 문화 강좌 중심으로 운영되는 백화점의 문화센터를 연상시키고 시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며 2019년 리모델링을 하면서 명칭도 ‘설악산책’으로 바꿨다고 했다. 창밖으로 웅장한 설악산 풍경이 잘 보이는 특징을 살려 ‘산(山)’과 ‘책(册)’이 어우러진 공간의 특색을 이름에 그대로 담았다. 다채로운 문화를 접하며 마음의 쉼을 얻는 것처럼,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 천천히 걷는 ‘산책(散策)’의 뜻도 내포되어 있다.
‘설악산책’의 북카페는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총 1만2천여 권의 다양한 책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1층은 신간과 장르별 도서, 2층에는 원서와 예술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특히 층고가 높고 건물 한쪽 전체를 차지한 통유리 창으로 햇살이 잘 들어와 1, 2층 어디서나 탁 트인 여유로움과 따스한 안정감을 선사한다. 북카페 콘셉트인 만큼 2층에 있는 카페 ‘소리’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해서 책을 읽으며 마셔도 된다. 공간 곳곳에는 서가뿐 아니라 그림, 조각, 사진도 전시돼 있으며, 작품 앞에 소파가 놓여 비교적 편하게 앉아 감상할 수 있다.
이 주임은 “지역주민과 함께 하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설악산책을 찾는 사람은 관광객이 월등히 많다. 개관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기가 이런 곳인줄 몰랐다’고 하는 주민들이 아직 많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전에는 무료 공연도 종종 했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적어 현재는 1년에 한두 번 공연을 기획한다.
설악산책은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동호회 위주로 2층의 세미나실과 더불어 지하에 방음시설과 음향장비를 갖춘 합주실, 클래식음악실을 무료 대관하고 있다. 신청은 설악산책 홈페이지의 대관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1층의 다른 공간에는 한식당 ‘화반’, 2층에는 클래식과 재즈가 흘러나오는 음악 카페 ‘소리’가 있어 울산바위 뷰를 감상하며 다양한 미식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외관 앞마당에는 자연을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는 키친 가든과 유럽식 정원이 있다. 설악산책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이며, 매달 둘째, 넷째주 수요일은 휴무이다. <문의: 033-638-4002>
정채환 인턴기자 gukyo10128@gmail.com